[상상] 상상의 고래
사람처럼, 고래는 포유류입니다. 아이를 배고 낳고 젖을 물려 키운다는 의미입니다. 고래는 여럿이 함께 있는 것이 목격되지만 또한 서로 독립적이라고 합니다. 그들은 수면 위로 올라와 물 위를 가득 채우고 있는 공기를 깊이 들이 마시고 다시 물 밑으로 들어갑니다. 호흡 할 수 있는 시간은 불과 몇 분되지 않지만 그 짧은 호흡으로 수 십 분 이상을 물 속 깊이 다닐 수 있습니다. 고래의 몸은 한 번 들이마신 그 숨으로 오랜 시간을 견딜 수 있도록 되어있다고 합니다.
다른 육지의 포유류는 고래와 다릅니다. 쉴 새 없이 숨을 헐떡여야 하고 지구의 중력을 딛고 일어나야 합니다. 더 이상 걸을 수 없을 때 그 생명은 끝이 납니다. 이들의 몸은 육지에 맞추어져 있고 끊임없이 숨을 쉬어야만 합니다. 하지만 고래는 같은 포유류라 할지라도 숨쉬는 방법이나 사는 방법이 육지에 사는 이들과는 많이 다릅니다.
Underwater video of a close encounter with the largest animal that has ever lived.
고래와 육지의 포유류가 다른 것은 단지 그것 만이 아닙니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그들의 눈에 비치는 세상의 모습도 다릅니다. 고래는 육지 세상 볼 수 없습니다. 잠시 물 위로 고개를 내밀었을 때 보이는 하늘과 저 멀리 보이는 육지가 그 전부입니다. 그에겐 심해의 심연과 물 속으로 들어 오는 빛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는 눈이 있지만 푸른 숲과 사막과 흙의 정겨움을 느낄 수는 없습니다. 육지를 그리워하고 호기심에 가득차 육지를 오르는 이들도 간혹 있지만 바닷가의 모래 사장을 넘어서지 못한 채 거기서 생을 마감합니다.
육지를 볼 때마다 고래의 마음 속에는 후회와 동경이라는 감정이 솟아 오르는지도 모릅니다. 오랜 옛날 특이한 고래들이 땅으로 올라갈 때 함께 가지 못한 후회이자 먼저 올라간 이들에 대한 깊은 동경이 남아 있을 겁니다. 아무리 바닷속을 자유롭게 헤엄쳐 다녀도 채울 수 없는 자신의 다른 모습이 저 육지 어딘가에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고래에게 바다의 삶이 후회와 부정 뿐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오해입니다. 말했듯이 고래에겐 육지로 올라간 이들이 볼 수 없고 갈 수도 없는 바다의 깊음과 물 속의 신비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단지 고래는 선택하지 않은 것에대한 후회와 갈 수 없고 가보지 못한 세계에 대한 깊은 동경과 슬픔을 갖고 있을 뿐인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보면 이 상상의 고래는 마치 육지에 사는 어느 생물과도 비슷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