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 구토
너에게 구토감을 느끼고 토해놓은 토사물을 보니, 거기에는 나라는 녀석이 으깨져 누워있더라.
너에게서 본 것은 나의 모습이 아닌데 쏟아놓은 건데기들은 왜 내 모양새냐.
나를 토해 놓게 만든 너의 혐오스러움에 고마움을 느낀다.
네가 혐오스럽지 않았다면 나는 나의 혐오스러움을 알 수 없었을 것이다.
오랫만에 사람을 만나고 이질적인 무엇에 구토감이 생겼다.
돌아오는 길에 그 구토감의 이유에 대해 생각을 하다가 깨달았다.
그 사람은 원래 그런 사람이었다.
오랫만에 만나서 나는 그 사람을 그저 사람으로 생각했던 것이었다.
그는 그럴 수도 있는 사람이 아니라 그런 사람이었음을 뒤늦게 깨달았다.
사람에 대한 감각이 둔해진다는 것은 편안한 마음을 주지만
사람에 대한 저항력도 약해지는 듯 하다.
인간에 대한 차가움이 다시금 샘솟는다.
* 아주 오랜 옛날 어느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