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 현기증
마을 어귀 한옥 대문 앞에 할머니 한 분이 눈에 들어오다 이내 사라진다. 머릿속에 떠오른 건너 마을 할머니는 뒷짐을 지고 무어라 알 수 없는 소리를 낸다. 식사는 하셨나 몸은 좀 괜찮으신가 속으로 되뇌며 집으로 돌아오고는 밤늦게서야 오래된 장례예배 순서지에 적힌 이름을 본다. 산 사람과 죽은 사람의 경계가 희미해진다. 산 사람은 죽은 듯하고 죽은 사람은 여전히 살아있는 듯하다. 마을 곳곳에는 이미 사라진 이들의 모습이 빛바랜 사진처럼 박혀있다. 움직이는 사진처럼 늘 같은 모습 같은 행동을 반복하며 거기 머물러 있다. 현기증. 알고 있는 것들이 흔들릴 때 어지럼증이 시작된다. 저기서 나를 보는 마을 사람의 당혹스러운 시선을 느낀다. 나 또한 죽은 지 오래 건 만 저 이의 눈에는 여전히 살아있는 듯 같은 모습 같은 행동을 반복하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죽은 듯이 살아남은 자가 죽은 자의 시선을 느끼며 살아간다. 현기증이 난다.
![[상상] 현기증](https://images.squarespace-cdn.com/content/v1/55a3c0dae4b0359ca4151053/1728400753337-NU34C1L53RP0Q8HROI98/IMG_2982.jpe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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