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나그함마디 & 쿰란 문서
대부분 사람들은 관심이 없지만 나름 기독교와 성경에 깊은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나그함마디 문서와 쿰란문서 (사해문서)라는 걸 지나가다라가도 한 번 정도는 듣게 됩니다. 그런데 이 두 문서는 전문적으로 그것을 연구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쉽게 다가설 수도 없을 뿐더라 이게 그것같고 그게 이것같아 보입니다. 꽤 헷갈립니다.
둘 다 대부분 기독교인에는 낯선 책(문서)이다.
둘 다 발견된 연도가 비슷하다. (나그함마디 문서는 1945년에 발견되었고, 쿰란(사해)문서는 1947년에 발견되었다.)
둘 다 "이"로 시작하는 나라에서 발견되었다. 이스라엘, 이집트.
둘 다 이상하게 꼬부라진 글자들로 기록되었다.
둘 다 영지주의 내용을 담은 문서들이 나왔다.
많이 헷갈리지 않습니까? 나는 최근에야 두개가 다르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쉽게 말하자면 나그함마디 문서는 이집트의 나그함마디라는 마을 근처에서 발견된 거고, 쿰란 문서는 이스라엘의 사해 옆 쿰란이라는 곳에서 발견된 문서들입니다. 발견된 위치가 다릅니다.
개인적으로, 나그함마디 위주로 영지주의 문서들을 본지 3년째 접어들었습니다. 물론, 콥트어나 히브리어, 아람어, 헬라어를 볼 실력이 없기에 한글번역서를 중심으로 읽으면서 궁금한 부분만 영문번역을 참조했습니다. 집에 있는 한글성경에 해당되는 성경 사본들만 따로 보기도 했고, 한 때는 영지주의에 관계된 문서들만 보기도 했습니다.
나그함마디 문서(와 쿰란 문서)를 읽으면서 얻은 것들이 여럿 있는데요, 일단 정말 재미있습니다. 성경의 이야기들이 더 풍성하게 이해됩니다. 가끔 성경읽다가보면 갸웃거리는 부분이 있는데, 그런 부분이 재미있게 풀립니다. 고전문학 작품을 읽는 것과는 또 다른 의미로 고전을 읽은 듯한 무게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더불어 인간과 세계에 대한 자유로운 생각들이 넘쳐 났고요. 그래서인지 우울한 몇 년의 시간에 내 마음과 삶을 풍요롭게 해준 하나님의 선물이 되었습니다. 창조적인 상상과 이야기는 우울한 마음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종교생활을 하는 사람들의 말과 행동에서 영지주의적인 요소들을 발견하는 재미도 있습니다. 가끔 영지주의적인 설교를 하거나 신앙생활을 하는 이들이 눈에 띄더군요.
영지주의는 당시 기독교가 시작되기 전부터 이스라엘과 그리스문화권 내에서 유행(?)하던 종교적인 철학사조(?)입니다. "?" 표시를 한 것은 내가 당시 그리스문화나 철학사조에 대해 잘 알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일단 그럴 듯 하게 글자는 써놨지만 설명이 안됩니다. 어쨌든, 기독교의 뿌리라 할 수 있는 것이 유대교라고 알고 있는데 당시 유대교들도 많은 부분에서 영지주의의 영향아래 있었습니다. 그래서 영지주의 문서들은 당시 기독교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줍니다.
학자들은 신약성경의 복음서 중 요한복음이 유대교와 영지주의 영향아래 쓰여졌다고 말합니다. 좀 더 신앙적인 분들을 위해 다르게 말하자면, 영지주의 시대에 맞게 영지주의적 옷을 입고 사람들에게 복음을 알려줬다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그만큼이나 그 시대는 영지주의가 많이 퍼진 시대였죠.
그래서, 대부분 신앙인은 관심이 없겠지만, 혹시라도 관심있는 분들을 위해 책을 소개합니다. 학문적이고 깊은 내용은 신학교의 전공 교수에게 문의하면 깊고 폭넓은 답변을 얻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신앙적인 부분은 개교회 목사님들에게 문의하시면 바른 해답을 얻으실 수 있을 겁니다. 나는 재미로 읽기도 하고 궁금해서 읽는 아마추어이기에 답변할 만한 전문성은 없습니다. 혹시나 관심있는 또 다른 아마추어를 위해 고전소설 추천 하듯이 몇 권 추천목록을 올립니다. 구글에서 나그함마디 문서를 검색해서 나온 문서들을 다시 검색해 보면 번역된 내용들을 찾아볼 수도 있습니다. 영어가 편한 분들은 영어를 참조해도 좋습니다.
영지주의 문서를 한글로 번역된 것 중에 간단하게 참조할 수 있는 책으로는 지금 옆에 있는 것은 두 권이 있습니다. 번역의 한계는 당연히 있고 해석의 차이나 오역도 있을 수 있겠지만 그건 영문판도 마찬가지니까 편한 맘으로 읽어도 괜찮을 듯 합니다.
1, "숨겨진 성서"(윌리스 반스토운 편찬, 이동진 옮김. 문학수첩, 2006년 개정판) :: 이게 전 3권으로 이뤄졌는데 2,3권이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습니다. 누구 준 것 같지는 않은데 혹시 내가 모르고 빌려줬는데 저에게 안돌려 주신분 다시 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2, "영지주의자들의 성서"(송혜경, 한님성서연구소, 2014년 초판) ::송혜경은 서울 가톨릭대학교 신학과 졸업, 로마 성서대학 성서학 석사학위와 고댁 근동학 석사학위, 시나이의 아나스타시우스의 작품 "시편 6편에 관한 강론"의 콥트어 비평본을 만들고 번역, 주석하여 고대 근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고 합니다. 책값은 3만원이지만... 3만원입니다.
다음은 영지주의에 대해 설명한 책입니다. 내가 좋아하는 일레인 페이절스 아주머니의 책입니다. 다들 번역이 잘 되었습니다.
3, "숨겨진 복음서 영지주의"(일레인 페이절스 지음, 1980, 하연희 옮김, 루비박스, 2006) 책값은 10,800원
4, "믿음을 넘어서, 도마의 비밀 복음서"(일레인 페이절스 지음, 2003, 권영주 옮김, 루비박스, 2006) 책값은 11,000원
5, "아담, 이브, 뱀. 기독교 탄생의 비밀"(일레인 페이절스 지음, 류점석, 장혜경 옮김, 아우라, 2009) 책값은 14,000원
다음은 도올 김용옥 선생이 쓴 책입니다. 사진과 설명이 많아서 참조하기 좋습니다. 종교와 철학전반을 아우르는 거대 담론을 만들고자 하는 고집들이 언뜻언뜻 보이기는 하지만 꽤 괜찮습니다.
6, "도올의 도마복음한글역주 2,3"(김용옥지음, 2010). 양장본으로 되어있고 책값은 제2권이 28,000원, 제3권이 30,000원이지만... 사고싶은 분은 사도 됩니다. 제1권은 영지주의와 다른 부분들을 설명한 책인데 서점에서 읽어보고 굳이 살 필요는 없다는 생각에 사지 않았습니다만 1권이 없고 2,3권만 있으니까 늘 볼 때마다 이가 빠진듯 허전합니다. 나중에 헌책방에가서 제1권을 구해 넣으면 괜찮을 듯 싶습니다.
참고로, 어떤 이들은 영지주의가 예수와 진정한 기독교의 가르침이다라고 말하기도 하는데, 그 말은 예수는 "전적인 사회혁명가"였다라고 말하는 것과 비슷해 보입니다. 그런 부분이 작든 크든 있지만 "전적으로 그러하다"라고 말하는 것은 다양한 관점이 집합된 신약성경의 정신에서 너무 많이 벗어난 이야기라 생각합니다.
좀 더 여백을 많이 두고 말하자면, 그런 부분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부분이 많다는 것입니다. 예수의 모습이 어떠했는가는 접어두고 기독교 공동체만 얘기하자면, 초기 기독교 공동체는 단지 하나의 관점이나 철학, 신념으로 규정지을 수 없을 정도로 굉장히 다양한 형태를 띄고 있었습니다.
내가 본 초기 기독교 공동체는, 모두가 다 공통된 고백과 비슷한 신념과 철학이 있으면서도 때로는 전혀 다른 신앙으로 보이리만치 다양했습니다. 마치 오늘날 장로교나 감리교, 오순절 교회들이 비슷한 부분이 있으면서도 다른 부분이 많은 것처럼 말이죠.
그러니 너무 심각하게 확신있게 믿음으로 읽지 말고, 그저 재미로 읽는다면 재미 그 이상의 즐거움이 있지 않을까 합니다.
* 틀린 내용이 분명 있을테지만 흥미만 가득한 아마추어이니 너그러이 용서해 주십시오.
* 몇 권의 책이 더 있었던 것 같은데 책장에도 없고 기억이 안납니다. 혹시 누군가에게 빌려주고 돌려봤지 못한 것이 있다면 내게 다시 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