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낙원상가
한 때는 한국 악기 시장의 메카와도 같았던 종로3가 낙원상가. 어느덧 나도 30년째 이곳을 왔다갔다 했다. 당시에는 지나가던 사람도 꽤 많았는데 2000년대 들어서 온라인 시장 활성화로 낙원 상가는 많이 침체되었다. 고객을 호갱으로 만드는 상술이나 낙원상가가 아닌 다른 곳에 전문적인 악기 샵이 생기는 악기시장의 시대변화를 고려하지 못했던 것도 그 이유가 될 수 있다.
하지만 근래 다시 보니 전보다는 조금 나아진 느낌이다. 온라인에서 다시금 오프라인을 찾는 사람들이 조금 늘었다고나 할까. 오래 전부터 악기 업계에서 일을 해오던 대형 악기상이 아직도 거기 있고 가게들은 온라인마켓을 겸업하거나 여러 문화 행사를 유치하거나 고객에대한 기본적인 상도의를 지키려는 노력도 보인다.
그래도 그 동안 변하지 않는 것이 몇 있다. 천원짜리 몇장이면 먹을 수 있는 훌륭한 순대국밥 집들과 여기저기 모여 있는 노인들이다. 비록 지금은 할아버지가 되어있지만 저 분들도 한 때 종로를 힘차게 걸어다닌 중년이었을 거다. 그 때 나는 짧은 스포츠 머리에 잠자리 안경을 낀 채 어리버리 돌아다니는 중학생이었는데 지금은 중년이 되었다. 많은 곳이 변했고 사람들은 변해가지만, 그 때 그 사람들이 아직도 그곳에 있다. 그 사람들이 만들어 낸 그 풍경은 여전하다.
할아버지들 틈에서 순대국을 먹고 거리에 앉았다. 어제의 차가운 날씨에 익숙해져서인지 태양도 바람도 참을만큼 따듯한 초겨울 날씨였다. 거리 한 쪽에서는 뭔가 즐거운 일이 벌어졌는지 크게 웃는 할아버지들의 웃음 소리가 들린다.
지나가는 사람들을 하염없이 보다가 어느 덧 일어 날 때가 되어 자리를 박차고 일어 났다. 아직도이곳저곳 모여있는 노인들을 보며 '언젠가 나도 저들 나이가 되면 나는 무얼하고 있을까?'라는 생각에 잠시 들었다. 낙원상가는 오랜 시간에 많은 것이 변해가면서도 그 때와 다름없는 여전한 풍경을 만들어내는 곳이다.
이가게 저가게를 기웃거리며 기타줄 몇 개를 구입하고는 다시 내가 사는 곳으로 곳으로 발걸음을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