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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 수요예배 리뷰 _ 돈과 하나님에 대한 얘기

오늘 수요예배에는 누가복음의 부자와 나사로, 불의한 청지기를 읽고 대화를 했다. 기존 예배 형식에서 변화를 주어서 요즘에는 성경통독을 하고 관련 이야기를 나누는 것으로 바꾼지 몇 달이 된다. 성경 통독에 매진할 때가 있고 가끔은 대화를 깊이 할 때도 있다.

오늘의 주제는 돈과 하나님이었다. 민감한 주제지만 늘 정해진 답처럼 고백하는 주제다. 오늘도 시작은 말씀에 부딪히는 감정을 속이는 겉도는 얘기가 오고갔다. 하지만 나의 거의 유일한 장점이자 단점인 솔직함의 돌직구가 감정과 생각의 헬게이트를 열고 말았다. 아니 헬게이트가 아니라 해븐게이트라고 해야 하나.

처음에는 돈도 필요하고 하나님도 중요하다 말하는 것으로 시작들 하더니, 결국은 돈이 더 필요하고 돈도 있어야 교회도 다니고 신상생활도 한다는 결론에 다다른다. 교회 안다니는 사람들이 말하기를 “돈 없으면 교회 못간다”는 말도 나왔다. 자신들의 생각이기도 한 듯 한데, 결국 신앙생활도 돈있어야 한다는 말도 한다. 그러니 결국 돈이 필요한거고 , 죽을 때 하나님 부르면 된다는 지극히 유아기적인 대답도 나왔다. 정말 정리가 안되는 상황이었는데 그것이 실제 우리들의 본래 모습이라 생각을 했다.

다행스럽게도 대략 생각해 놓았던 질문과 대화로 빠져나갈 출구가 보이기 시작했다.

첫째 질문 “도시와 시골의 생활을 비교할 때 누가 더 부유하고 풍요로운 것 같은가?”

둘째 질문 “돈이 얼마가 있으면 행복하고 만족하겠는가?”

셋째 질문 “요즘에 행복함과 인생의 의미를 충만하게 느꼈던 일이 있다면 그것이 무엇인지 얘기해 달라”

첫째 질문에 다들 당황스러워하면서도 자신의 속을 들여다 보게 되었다. 도시 사람이 더 풍요롭다 말하다가, 시골 사람들은 대개 땅이 많고 한귀퉁이만 팔아도 몇 천에 몇 억은 나온다는 것을 말하자 다들 말이 없어졌다. 땅도 무거운 짐이라 하기에, 그러면 팔아 주겠다 하니 꿀먹은 벙어리가 된다. 땅이 돈이 되고 땅을 갖고 있으면 돈이 된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이다. 결국 땅에 뭐라도 심으면 먹고 살 수는 있고 집도 있으니 맘은 편안하다는 말을 한다. 도시보다 시골이 더 가난하다는 것이 맞긴 하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다는 말을 한다. 연세가 많은 분들이기에 그러한 생각의 변화만으로도 놀랍다.

두번째 질문에서는 대답이 중구난방이었다. 돈과 얽힌 저마다의 삶의 이야기가 나온다. 땅은 없지만 일잘하며 집도 있고 돈부족함 없이 살았다는 고백도 나오고, 땅은 많지만 팔게 아니니까 자신은 가난하다는 말도 있었고, 어려웠던 시절 이야기를 하면서 돈은 그 때 필요했지 지금은 별 필요가 없다는 고백도 있었다.

솔직한 얘기가 나오게 된 것은 나의 솔직한 얘기로 부터였다. 나는 7억이 있으면 행복할 것 같다고 말을 했다. 1천만원이 생기면 사택 방수 공사를 할거고, 1억원이 생기면 교회 옆 밭을 사서 나중에 교회 증축을 준비할 거고, 5억이 생기면 교회 옆 땅을 사고 교회와 사택을 새로 건축할 거라 했다. 내게 맡겨주신 사명이기에 교회가 잘되는게 나에게는 중요하다 말했다. 그리고 더 돈이 있으면 아이가 나중에 대학을 가거나 일을 할 때 쓸 수 있는 준비자금을 마련해 주고 싶고, 더 돈이 있다면 죽기 전에 자동차를 새로 사서 몰고 다니고 싶다는 얘기를 했다. 그래서 이래 저래 해서 7억원이 생기면 나름 행복할 것 같다 말했다.

하지만 그럴 일은 없을테니 나로서는 없는 7억원을 바라보는 짝사랑보다는 지금 만원 십만원을 더 헌금하고 섬기면서 내게 주신 이 교회를 섬기는 행복을 누리겠다 말을 했다. 솔직한 내 심정이다. 그리고 내 성경 속에 늘 끼워져 있는 작은 메모, 어머니가 나를 축복해주며 써준 메모의 값어치를 말해줬다. 이 메모만 보면 마음이 행복해지고 힘이 솟으니 이것은 5억원 짜리라 말했다. 5억원짜리 수표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것과 바꿀 만한 종이인거다. 부모된 여러분의 말과 축복이 자녀에게 5억원짜리 힘이 된다는 말도 해줬다.

세번째 질문에서는 다들 마음의 방어기제가 많이 풀어진 채 얘기했다. 삶에 의미와 충만함과 기쁨과 행복을 주었던 경험을 나눴다. 가족이 큰 사고를 당했지만 무사했던 경험이 있는데 가족을 볼 때마다 그 일이 떠오르며 그저 감사하고 행복하다는 말을 하고, 어려움 가운데 시집을 왔는데 가족들이 자신의 노고를 인정해주고 염려해줄 때 행복함을 느끼고, 남편이 전보다 약해졌지만 큰 병없이 술을 끊고 사는 것 그자체로 행복하다는 말을 한다.

공통점은 돈이 아니었다. 다들 돈이 중요하고 필요하다는데 동의하며 돈이 하나님보다 더 필요하고 중요하다 생각하고 살았는데, 막상 삶을 돌이켜 보니 손에 잡히지 않는 돈보다 더 행복하고 삶에 의미를 주는 것들이 많다는 것이었다.

쏟아지는 말들에는 감정과 생각이 묻어 있다. 감추고 억눌렸던 것들이 드러났다. 교회 생활하면서도 숨기고 있던 진심들이 튀어나온다. 그제서야 자신의 모습이 보이고 성경의 내용이 눈에 들어오고 신앙의 의미와 가치가 느껴진다.

그것이 신앙의 길을 가는 한걸음이라 말해줬다. 돈을 쫓고 거기에 붙들려 힘들어하는 우리들이 아니라 삶에 소중한 것들을 발견하고 느끼고 충만함을 느끼게 하는 힘을 주는 성경과 하나님의 존재에 대해 나눴다. 다들 신앙의 중심에 조금 더 다가선 듯 느껴졌다. 다행히 지난 십년동안 교회를 섬기면서 돈보다는 하나님의 말씀의 순종을 선택하고, 권위보다는 섬기려는 몸부림을 다들 보셔서인지 대화의 결론에 이르러서는 말씀을 다시 한 번 보며 생각에 잠기는 듯 했다.

주변을 보니 돈에 여유가 있는 이들은 돈을 잘 사용하고 불리고 돈을 중요하게 여기면서도 삶의 여유와 평안을 누리며 사는데, 돈이 없는 이들은 돈이 없기에 더욱 돈을 중요하게 여기고 돈을 쫓아 살아가며 힘들어한다. 돈이 어느 정도 있어야 행복한 것은 맞는데 아무리 열심히 해도 안되는 것이 대부분의 상황이다. 그럴 경우에 삶과 인생을 어떤 태도로 받아들여야 할 것인가.

종교는 일종의 정신승리라 할 수 있는데, 정말 신앙은 현실 도피적인 정신승리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어떤 이들에게는 삶의 부단한 노력을 놓치 않으면서도 종교적인 신앙으로 마음의 힘을 얻고 삶의 방향을 잡기도 한다. 그러니 신앙은 미지의 곳을 찾아가는 순례의 길과 같지 않나 싶다. 손에는 그길을 오래 전에 간 이들이 남긴 지도한장과 나침반 하나만 들려있는 느낌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손의 지도가 마음에 그려져야 하고 마음 속 심장의 방향이 나침반의 방향과 같아야 한다는 것이라라. “진실로 그러합니다”라고 마음으로부터 받아들이지 못하면 볼 수도 갈 수도 없는 길인 듯 하다.

오늘 나는 내가 걸어가는 길의 의미를 솔직하게 보여줬다. 교우들은 그것을 통해 혼돈과 자기 나름대로의 길을 찾은 듯 싶다. 그리고 나는 그들의 혼돈스러워 보이는 감정과 생각 속에서 삶의 곤고함과 끊임없이 노력하는 인간승리를 보았다. 서로에게 필요한 것이었다 생각한다. 나의 발을 척박한 땅에 닿게 하여 허공에 뜬 길을 가지 않게 하고, 교우들의 발을 가볍게 하여 척박한 진창에 빠지지 않고 길을 걷게 만드는 시간이었다.

늘 뻔한 얘기가 식상하다. 늘 뻔한 얘기에 은혜가 되지만, 은혜가 되지 않는 뻔한 얘기는 늘 반복된다. 식상한 흐름이 끊기고 은혜의 새로움이 시작되어야 하지만 지불해야 할 것들이 크다. 삶의 진실과 교우들의 진심을 마주해야 하고, 나라는 인간의 밑바닥을 적절히 노출해야 하는 위험도 있다. 생각과 감정이 정리되는 혼돈과 부담스런 과정을 견뎌내야 한다. 뻔한 것들이 뻔하지 않게 되기 위해서 치뤄야 할 것들이다.

코로나가 주는 좋은 점이라고나 할까. 이전에 하지 않았던 것들을 할 수 있고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다. 허례허식이 떨어져 나가면서, 진실해지고 생기나는 것들을 접할 신앙의 기회가 생긴다. 오늘은 돈과 하나님 중에 적어도 “인생의 행복을 위해서라면 돈을 섬기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라는 결론에 다다랐다. 뻔한 내용이었지만, 결과는 뻔하지 않은 시간이었다.

여전히 숙제는 남아있다. 언제쯤 되면 교회는 그리고 나의 신앙은 돈과 하나님 사이에서 좀 더 하나님에게로 깊이 다다를까. 교인들도 혼돈과 정리의 시간 속에서 나름의 결론에 다다르듯이 내게도 어지러움과 갈등의 시간 속에서 좀 더 하나님의 깊이로 잠겨들어가길 바랄 뿐이다. 뻔하지 않은 수요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