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OJOOSOO

View Original

[인문과학의 눈으로 본] 아브라함이 갈대아 우르를 떠난 이유

성경에 등장하는 인물 중 아브라함의 위치는 특별하다. 기독교, 유대교, 이슬람교에서 모두 믿음의 조상으로 여기고 있다. 아브라함의 인생과 신앙 여정은 두 단계로 나뉜다. 그의 아버지 데라와 함께 갈대아 우르를 떠나 하란으로 이주한 것이 첫번째이고, 하란에서 떠나 가나안 땅을 향해 가는 과정이 두번째 여정이라 할 수 있다. 성경은 아브라함의 가족이 우르를 떠난 구체적인 이유를 밝히지 않지만, 하란에서 가나안으로 떠날 때는 하나님의 말씀을 따랐음을 분명히 기록하고 있다. 성경은 그의 두 번째 여정을 다음과 같이 묘사한다:

"여호와께서 아브람에게 이르시되 너는 너의 고향과 친척과 아버지의 집을 떠나 내가 네게 보여 줄 땅으로 가라 내가 너로 큰 민족을 이루고 네게 복을 주어 네 이름을 창대하게 하리니 너는 복이 될지라 너를 축복하는 자에게는 내가 복을 내리고 너를 저주하는 자에게는 내가 저주하리니 땅의 모든 족속이 너로 말미암아 복을 얻을 것이라 하신지라 이에 아브람이 여호와의 말씀을 따라갔고 롯도 그와 함께 갔으며 아브람이 하란을 떠날 때에 칠십오 세였더라"(창세기 12장 1-4절, 개역개정)

아브라함의 이야기는 단순한 이주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그는 물질적 풍요나 가족의 풍요로움을 넘어,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여 미지의 땅으로 떠났다. 이러한 결정은 아브라함의 신앙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열쇠이며, 오늘날까지도 많은 이들에게 인생과 신앙에 있어서 영감을 주고 있다. 

이 글에서는 아브라함의 가족이 우르를 떠나고, 이후 가나안 땅을 향해 갈 수밖에 없었던 시대적 배경을 살펴볼 것이다. 우리는 이 여정의 이유를 과학적 관점에서 탐구해보고, 아브라함의 신앙이 그의 선택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살펴볼 것이다. 그의 여정은 당시의 역사적, 환경적 맥락 속에서 이해될 필요가 있으며, 이를 통해 우리는 아브라함의 선택이 가진 의미를 더욱 깊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고대 메소포타미아와 우르의 역사적 배경

아브라함이 출생한 갈대아 우르는 고대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중심지 중 하나였다. 오늘날 이라크 남부 지역에 위치했던 우르는 유프라테스 강 하류에 자리 잡고 있었으며, 풍부한 수자원과 비옥한 토양 덕분에 고대 문명의 발전을 이끌었다. 우르는 수메르 문명에서 중요한 경제적, 종교적 중심지로 성장했으며, 밀, 보리, 대추야자 등 다양한 작물을 재배하며 번영하였다. 우르의 경제는 주로 농업과 무역에 기반을 두고 있었으며, 강을 통한 물자 교류와 관개 농업이 큰 역할을 했다. 또한 우르는 수메르 문명의 문화적, 종교적 중심지로서 다양한 신전과 사원이 존재했다. 그러나 이러한 번영도 외부의 침입, 내부의 정치적 불안, 그리고 기후 변화에 따라 점차 쇠퇴하게 된다. 이러한 환경적 변화는 아브라함 가족이 이주하게 되는 중요한 역할을 했을 것이다. 

기후 변화와 "4.2킬로년 사건(4.2k year event)"

기원전 약 2200년경, 메소포타미아를 비롯한 여러 지역에서 일어난 "4.2킬로년 사건"은 심각한 기후 변화를 초래했다. 이 사건은 약 300년간 지속된 전 지구적인 기후 변화로, 심각한 가뭄과 건조화를 일으켰다. 많은 지역에서 농업 생산에 타격을 입었으며, 강수량의 감소와 강의 수위 하락으로 인해 관개 농업이 어려워졌다. "4.2킬로년 사건"는 메소포타미아뿐만 아니라 이집트, 인더스 문명, 중국 황하 문명 등 여러 문명권에 큰 영향을 미쳤다. 이 사건은 많은 도시 국가의 쇠퇴와 인구 대이동을 촉발했으며, 당시 고대 세계의 사회 구조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지질학적·생태학적 증거

메소포타미아 지역의 가뭄과 관련된 지질학적 증거는 여러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 호수와 늪지에서 채취한 퇴적물 샘플 분석 결과, 기원전 2200년경부터 퇴적물의 두께가 얇아지고 미립자 함량이 증가하는 등 강수량 감소와 건조한 기후를 나타내는 증거들이 발견되었다. 나무의 나이테 분석을 통해서도 이 시기에 기온 하강과 강수량 감소가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나무의 나이테 폭이 좁아지는 것은 당시의 기후가 건조했음을 나타내며, 이는 농업 생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고고학적으로도, 당시의 도시 국가들이 버려지거나 급격히 쇠퇴한 흔적들이 발견되었다. 관개 수로가 퇴적물로 막혀 있거나, 건축 활동이 중단된 채 방치된 유적들이 이러한 쇠퇴를 뒷받침한다. 특히 관개 시스템의 붕괴는 농업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쳤으며, 이로 인해 많은 도시들이 경제적 기반을 잃게 되었다.

농업 생산 감소와 도시 국가의 쇠퇴

우르를 비롯한 메소포타미아 지역에서는 가뭄과 유프라테스 강의 수위 감소로 인해 농업 생산이 급격히 줄어들었다. 밀과 보리와 같은 주요 곡물의 수확량이 감소하면서 도시 내의 식량 공급이 불안정해졌고, 경제적 어려움이 심화되었다. 도시 국가들은 이러한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관개 시스템을 개선하려고 노력했지만, 계속된 가뭄과 자원의 부족으로 인해 많은 도시들이 사라졌다. 농업 생산의 감소는 많은 주민들이 도시를 떠나야 하는 상황을 초래했다. 아브라함의 이주는 이러한 도시 국가의 쇠퇴와 연관된 대규모 인구 이동의 일부였을 가능성이 크다. 그의 선택은 당시의 사회적·환경적 위기 속에서 더 나은 삶을 찾기 위한 결단이었을 것이다.

인구 대이동과 사회 변동

"4.2킬로년 사건"으로 인한 가뭄과 농업 생산 감소는 메소포타미아 지역에 대규모 인구 이동을 일으켰다. 우르와 같은 도시들은 인구의 감소와 경제적 어려움으로 쇠퇴했으며, 많은 주민들은 새로운 정착지를 찾아 떠났다. 일부 사람들은 유목 생활로 전환하여 더 넓은 지역을 이동하며 생계를 유지하기도 했다. 아브라함의 가족도 이러한 인구 이동의 일환으로, 새로운 생존의 기회를 찾기 위해 하란을 거쳐 가나안 땅으로 이주한 것으로 보인다. 신앙의 위대한 조상조차도 시대의 흐름에서 벗어나 살 수는 없었던 것이다.

아브라함의 이주에 대한 다양한 가설

하지만 아브라함이 정확히 언제 이주를 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도 의견이 다양하다. 성경의 대부분의 사건들이 그러하듯이 명확한 역사적 증거를 찾기가 어렵다. 더욱이 아브라함 시대는 일반 역사의 범주에서 아득히 벗어난 태고적 이야기라고도 할 수 있기에 그 역사적 시대를 정확히 논증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아브라함의 이주 시기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가설이 존재한다:

1. 기원전 2200년경: 4.2킬로년 사건으로 인한 기후 변화와 사회적 불안정이 이주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가설이다.

2. 기원전 2000년경: 수메르 우르 제3왕조의 붕괴 시기에 아브라함이 이주했을 것이라는 추정이다. 이 시기는 정치적 혼란과 외부 세력의 침입이 도시 국가를 위협하던 때였다.

3. 기원전 1800년경: 중기 청동기 시대의 사회 변화와 연관 지어 아브라함의 이주를 설명하는 가설이다.이들 가설은 모두 아브라함의 이주가 단순한 개인적 결정이 아니라, 당시의 사회적·정치적·환경적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였음을 시사한다.

전체적인 상황을 고려해볼 때 아브라함 가족의 이주는 당시 시대상을 반영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아브라함의 아버지 데라는 가족과 함께 우르를 떠나 하란으로 이동한다. 하란 지역은 메소포타미아와는 다른 조건 속에서 밀 수확에 적당한 풍요의 땅이었다. 메소포타미아 지역의 가뭄과 농업 생산의 감소는 주민들이 더 나은 환경을 찾아 이동하게 만들었으며, 아브라함의 가족 역시 이러한 시대적 배경 속에서 하란으로의 이주를 결정한다. 그의 이주는 당시의 경제적·사회적 불안정을 고려했을 때, 가족을 위한 생존 전략이기도 했다. 

그러나 여기서 아브라함의 두번째 여정이 시작된다. 아브라함은 하란에서 다시금 남쪽으로 이동한다. 첫번째 여정을 아버지 데라가 주도한 것이라면, 두번째 여정은 여호와 하나님이 주도한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그가 이주하는 과정에서 하나님의 부르심에 대한 순종과 신뢰를 보여주었다는 점이다. 아브라함의 이주는 단순한 생존이나 가족의 번영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 비록 남쪽 어딘가에 비옥한 토양을 가진 이집트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할지라도 먹고 살만한 하란을 떠난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아브라함의 이주는 단순한 이동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그는 가족과 함께 모든 것을 뒤로하고 미지의 땅으로 떠난다. 이는 하나님의 인도하심에 대한 절대적인 신뢰를 보여준다. 성경에 따르면, 아브라함은 "여호와의 말씀을 따라" 떠났다. 이는 그가 시대적 흐름 속에서도 물질적 풍요나 안전보다 하나님의 말씀을 더 중요하게 여겼음을 나타낸다. 아브라함의 이주는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신앙의 모범으로 여겨진다. 그는 안정된 삶을 뒤로하고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따라 새로운 길을 걸어갔으며, 이러한 신앙의 여정은 오늘날까지도 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준다. 아브라함의 결정은 단순히 개인적인 선택이 아니라, 신앙 공동체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사건이었으며, 그의 후손들에게 믿음의 유산을 남겼다.

과학적 관점에서 보면, 아브라함의 이주는 당시의 기후와 환경 변화에 대한 자연스러운 반응이었다. 과학적 연구결과는 그가 살았던 시대가 얼마나 어려운 환경적 도전에 직면해 있었는지를 보여준다. 극심한 가뭄, 농업 위기, 도시 국가의 쇠퇴는 사람들로 하여금 생존을 위한 결단을 내리도록 만들었다. 아브라함은 하나님의 인도를 따랐고, 가족과 공동체를 이끌어 새로운 땅으로 향했다. 아브라함 가족의 이주는 인간의 생존 본능을 나타내면서도 또한 인간의 삶이 단지 먹고 사는 것만이 아닌 다른 차원의 소망과 도전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현대의 아브라함

아브라함의 갈대아 우르 이주는 단순한 역사적 사건이 아니라, 여러 복합적인 요인들이 작용한 결과였다. 기후 변화와 사회적 불안정, 그리고 신앙적인 요소가 모두 결합되어 아브라함의 선택을 이끌었다. 그는 인구 대이동의 시대 속에서 하나님의 부르심에 응답하여 미지의 땅으로 떠났으며, 이는 그의 인생을 표현하는 중요한 신앙의 모티브가 되었다.아브라함의 선택은 단순히 물질적 풍요를 위한 것이 아니라, 여호와 하나님의 말씀에 대한 순종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이는 아브라함의 삶과 신앙을 가장 잘 표현하는 중요한 요소이며, 그의 이야기가 오늘날에도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주는 이유이다.

우리는 아브라함이 살았던 시대와 마찬가지로 불확실성과 변화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오늘날 우리도 빈곤과 위험, 염려와 두려움에 직면해 있으며, 더 나은 삶을 위해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다. 새로운 기회를 찾아 이주하기도 하고, 디지털 유목민으로서 온라인 세계를 누비며 투자처를 찾아 헤매기도 한다. 이는 우리 시대의 흐름이며, 우리는 이를 완전히 거스를 수 없다.

그러나 아브라함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중요한 진리를 상기시킨다. 사람은 빵으로만 사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신앙은 물질적 필요를 부정하지 않지만, 동시에 그것에만 매여 사는 삶에 만족하지 않는다. 아브라함이 하나님의 부르심에 응답하여 안정된 삶을 뒤로하고 미지의 땅을 향해 떠났듯이, 우리도 더 높은 이상과 삶의 의미를 추구하도록 부름받고 있다.

오늘날 우리 중 일부는 찬란한 도시의 영광 속에 가려진 삶의 염려의 도시 '우르'에서, 또 다른 이들은 당장의 만족을 주는 안주의 땅 '하란'에서 살고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에도, 그 옛날 아브라함이 들었던 것과 같은 하나님의 음성이 우리를 부르고 있을 수 있다. 우리를 염려와 안주의 땅에서 벗어나 새로운 미지의 땅으로 인도하시는 하나님의 음성을.

아브라함의 여정은 단순한 역사적 사건이 아니라,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도 여전히 유효한 신앙의 모델이다. 우리는 각자의 삶 속에서 '현대의 아브라함'이 되어야 한다. 이는 물질적 안정만을 좇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부르심에 귀 기울이고 그 음성을 따라 나아가는 것을 의미한다.

시대의 변화와 도전 속에서도, 우리는 아브라함처럼 하나님을 신뢰하고 그분의 인도하심을 따라 새로운 여정을 시작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아브라함의 이야기가 오늘날 우리에게 주는 깊은 울림이며, 우리가 추구해야 할 진정한 신앙의 모습이다. 우리 각자가 자신의 '우르'와 '하란'을 떠나, 하나님이 보여주실 새로운 땅을 향해 나아갈 때, 우리는 비로소 현대의 아브라함이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