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오후가 되면 얼굴은 붓고 정신은 헤롱헤롱됩니다. 늘어져 잠을 자거나 편안히 쉬고 싶을 때가 많습니다. 그런데 지난 달 부터 바다를 보고 싶어서 일요일 오후에 가까운 바다에 가려고 했는데 드디어 오늘 시간이 되어 바다를 보고 왔습니다. 원래 계획은 좀 늦은 시간까지 남아 낙조 카메라에 담아오는 거였습니다. 그런데 항구에 도착하니 바닷가에 무슨 행사가 있어서 굉장히 소란스럽고 사람도 많더군요. 결국 낙조는 포기하고 바다구경만 잠깐 하고 돌아왔습니다. 바다를 볼 때면 울컥 치미는 우울과 슬픔은 있지만 한평생 극복해가야 할 일입니다. 슬픔의 바다지만 머나먼 과거의 고향과 같은 아련함이 있고 파도에 일렁이는 태양은 역시나 눈부신 아름다움을 자아냅니다. 오길 잘했다 생각했습니다.
항구에 갔더니 벽에 날개 그림들이 그려져 있었습니다. 어울리지도 않게 날개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는데 아이가(?) 촬영해 줬습니다. 작년까지는 카메라에 별로 관심을 갖지 않는데 오늘은 부쩍 관심을 갖고 여러장 촬영을 해줬습니다. 나름 사진이 잘 나왔습니다. 아이는 집에 와서는 전에 거들떠도 않보던 조그만 디지털 카메라를 끄집어 내더니 충전시켜달라고 하네요. 카메라를 사용해야 한다나 뭐래나요. 아이가 뭔가 즐거워하고 호기심을 갖고 스스로 움직이는 모습을 볼 때 기분이 좋은데 오늘 꽤 기분이 좋습니다.
사진을 보니 등에 날개가 달린 것 같은데, 정말 날개가 있으면 좋겠습니다. 이왕이면 우주끝까지 날아갈 수 있는 그런 날개말이죠. 오늘 하루도 꽤 멋지게 지나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