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때, 짐승은 인간으로 진화했다. 하지만 인간은 반대로 진화가 멈춘 듯 보였다. 오히려 곳곳에서는 인간짐승으로 퇴화한 이상한 종들이 눈에 띄었다. 그들이 왜 그렇게 되었는지는 확실히 모른다. 다만 추측하기로는 인간의 덕성이 지루하고 문명과 문화 속에 거세당한 야성이 그립고 짐승보다 못한 짐승이 되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히길 원해서 그리되었다고 말하는 이가 있다. 하지만 어떤 이는 또 다른 설명을 한다. 이들은 한 때 인간이었지만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배고픔에 먹혀버려 짐승이 되고 말았다고 말한다.
이들은 늘 무리를 지어 다니며 자기보다 약해 보이는 이들을 찾아 썩은내 나는 숨을 할딱거리며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낸다. 인간짐승의 공격성을 분석하다보면 일정한 패턴이 보이다가도 패턴에서 벗어난 의외성을 보이기도 한다. 조금이라도 약해보이는 인간이 있으면 달려든다. 자신의 짐승됨을 드러내는 인간도 그들의 이빨을 피해가지 못한다.
인간짐승들이 늘 인간을 사냥하는 것은 아니다. 인간짐승들은 자신의 욕망을 드러내지 않을 때는 보통 인간과 다를 바없이 생활한다. 어둠속에서 숨어서 그 이빨을 드러내기 전까지는 어느 누가 인간짐승인지 모를 때도 있다.
하지만 어두워지고 사냥이 시작되면 인간짐승은 다시금 욕망을 드러내며 날뛴다. 그 옛날 짐승을 뒤쫓던 사냥꾼은 보이지 않는다. 사냥꾼의 시대는 진즉 지나가버렸고 짐승이 인간을 사냥하는 시대가 되었다. 인간의 덕성과 문명을 지키려는 인간의 사투는 야만스런 욕망의 짐승의 공격에서 간신히 그 명맥을 유지한다. 그 때는 사람같은 짐승과 짐승같은 사람이 함께 살며 잡아먹고 잡아먹히는 야생과 문명이 뒤범벅된 이상한 시대였다.
* [인간짐승]은 에밀졸라의 소설 제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