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 어떤 모임

어울리지 않았던 정적은 
성난파도 같이 울려퍼지는 숟가락과 젓가락이 부딪치는 소리와 떠들썩한 웃음소리에 묻혀 사라진다. 

[일상] 운동회

어릴 때 운동회가 생각난다. 운동회 날 아침은 학교 가는 길부터 달랐다. 기념품에 불량식품에 사진사들이 요란하게 학교 등교길을 장식한다. 학교 문을 들어서면 만국기로 장식된 하늘에 비니루 깃발들이 바람에 펄럭인다. 운동장에는 전날 미리 석고를 부어 그린 100미터 달리기 라인과 릴레이 달리기용 라인이 커다랗게 그려져 있다. 지금 생각하니 꼭 나스카 평원에 그려진 그림같다. 아이들은 모두가 똑같은 운동복을 입는다.  나일론 재질의 위 아래가 하얀 운동복이다. 목에는 청군과 백군을 나타내는 헤어밴드가 걸려있다. 운동장에는 벌써부터 일찌감치 와서 뛰어 노는 얘들도 있다.  대부분 학부모들은 운동회가 시작한 뒤에 오기 시작하지만, 좋은 자리를 놓칠새라 일찍부터 와서 그늘이 진 명당자리에 돗자리를 펼쳐놓은 부모들도 있다. 

[상상] 가족

"난 죽어도 엄마처럼은 안될래"라고 큰언니는 소리치며 나갑니다. 

"엄마 미워 죽겠어. 죽었으면 좋겠어"라고 작은언니는 소리치며 나갑니다. 

"엄마 싫어"라고 나는 소리치며 나갑니다.  

엄마는 아무 말 안하고 일하러 나갑니다.  

모두들 뭔가에 쫓기듯이 나가버립니다.  

[일상] 아이의 블랙홀

“나도 밥 많이 먹으면 배가 아프거든. 블랙홀도 먹다 먹다 보면 배탈이 날거야” 대답합니다. 

“응? 그래? 블랙홀이 배탈나면 어떻게 되는데?” 내가 물었습니다. 

[상상] 비너스

그녀가 왜 비너스인지는 몰랐는데 어느날 알게 되었다. 하지만 안 것은 그 때 그 여자 뿐이다. 어느날 TV를 보다가 알았다. “사랑의 비너스”라는 노랫말과 함께 어떤 여자가 가슴을 두 손으로 받치고 있는 브래지어 광고였다. 그 때 비너스라는 말의 정확한 뜻은 몰랐지만 비너스가 브래지어 이름이 아닌것만은 알았따. 다만 비너스는 저렇게 이쁜 여자가 옷을 벗고 있는 것이구나 하는 정도만 느꼈을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