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첫 고구마

첫고구마가 들어왔습니다. 대략 논에 첫 낫질이 시작될 때 쯤이면 고구마도 캐기 시작합니다. 고구마를 캐면 항상 처음에 크고 좋은 것들로 한상자를 갖고 오십니다. 첫수확을 하나님께 드린다는 개념이죠.

아마도, 죽음의 터널을 지난 듯 했다. 눈을 뜨니 새로운 곳에 생전에 보던 이들이 눈에 들어 온다. 그들의 이름은 알지만 그들의 이름을 불러 본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일상] 복달임

복날이 와서 복달임으로 마을이 분주했다. 어제 밤 늦게 까지 회관에 불이 밝더니, 새벽 다섯시가 조금 넘자 또다시 회관에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복날 음식을 하기 위해서다. 

종교적으로, 신비적인 계시와 신비적인 성령의 역사를 확신하며 강조하는 사람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타고난 이야기꾼-스토리텔러라는 거다. 자신이 경험한 사건과 삶에 의미를 두고 해석하며 이야기를 만들어가는게 사람의 삶이다. 하지만 종교적인 스토리텔러는 그런 이야기를 보다 강한 형태로 만들어낸다. 겉보기에는 드러나지 않는 물체와 물체, 사건과 사건, 사람과 사람, 시간과 시간 사이의 빈 공간을 해석하고 이야기로 전환시키는 능력이 탁월하다.

[일상] 그림 일기 몇개

작은 수첩에는 일상의 기록만이 아니라 낙서도 있다. 스쳐지나가는 것들을 가만히 바라보다보면 꽤 신기하고 알지 못했던 부분을 발견하게 된다. 물건을 바라보는 시선을 사람에게 옮겨 놓으면 역시 비슷한 결과가 나온다.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틀린 것이 있고, 못보던 것을 보게 된다. 물건 하나 하나에 얽힌 기억들이 물건을 특별하게 만들어 주듯이, 사람 하나 하나에 얽힌 기억이 그 사람의 의미를 특별하게 한다. 재미있는 것은, 물건과 사람을 관찰할 수록 분명해지는 것은 물건이나 사람이 아니라 바로 내 자신이라는 거다. 나의 무지와 무감각함이 더 드러나게 되고 선입견과 달라진 시선들이 분명해진다. 무엇을 본다는 행위는 결국 내 자신을 드러내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