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나지 않습니다"
출입증을 내밀고 열두문을 지나 베드로의 출입심사를 마친 사람들은 어린양이자 선한 목자가 되신 주님 앞에 나갔습니다.
하늘을 향해 높이 든 그의 한 손에는 빛나는 별들이 담겨 있었고 땅으로 내민 그의 한 손에는 부서진 흙이 담겨 있었습니다.
역사의 기억에서 몰려났던 하늘의 별들은 빛나는 영혼으로 돌아오고 티끌의 흙들도 사람으로 돌아와 유리 바다를 가득 메웠습니다.
그 때 그분의 목소리가 많은 물소리처럼 들렸습니다.
"나도 여러분들이 기억나지 않습니다"
열두문을 통과했던 이들은 존재하되 사람들에게 기억될 수 없는 무한의 나락 속으로 한없는 망각의 추락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끝이 없는 터널을 누가 만들었는가!" 탄식하자 터널은 울리는 침묵의 소리로 답을 합니다.
" 너는 이미 보았고 들었다 "
그들은 떨어지는 나락을 느끼며 생각했습니다. '괜찮아. 그래도 아직 심판은 오지 않았어. 그런 것은 없어. 재판은 끝났어'
잠시 상상같은 두려움이 지나가고 일상이 펼쳐졌습니다.
고개를 흔들며 "꿈이었나 보군. 쓸데없는 상상이었어" 말을 합니다.
저 멀리에서 언젠가 들었던 것 같은 소리가 희미하게 기억에 남았지만 고개를 한 번 더 흔들며 기억에서 지워버립니다.
떨쳐진 기억들이 멀어져가며 침묵의 소리를 남깁니다.
" 너는 이미 보았고 들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