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걷다가 오른 뺨을 스치는 찬란함이 걸음을 멈추게 했다.
돌아보니 앞의 집과 저 뒤의 집 사이로 난 틈으로 지는 태양이 나를 비추고 있다.
내가 선 곳에서 한 걸음 더 가거나 한 걸음 뒤로 물러서면 사라질 것이다.
바로 그 자리에서만 볼 수 있는 찰나의 빛이다.
동네는 늘 같지만 한번도 같은 느낌을 준 적이 없다.
매일 같은 시간 같은 길을 걸어도 다른 느낌을 준다.
미묘한 빛의 변화가, 어제와는 다른 오늘의 내가, 변함없는 저 거리와 건물들에 다른 느낌을 부여한다.
불과 몇분도 안되는 시간속에서만 허락된 영원의 느낌이다.
집으로 돌아와 자리에 누울 때 조차도 생각나는 풍경이다.
찰나 속에 허락된 작은 영원의 느낌이 가슴에 새겨진다.
하루에 하나라도 그 느낌을 가슴에 담아내면,
‘아! 그래도 나는 이 하루를 헛되이 보내지는 않았구나’하는 생각에
작지만 소중한 위로를 얻곤 한다.
모든 평범한 삶속에서도 찰라의 아름다운 순간들이 숨겨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