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 빛 안에서
우리가
빛을 보리이다”
(시편36:9)

[상상] 상상의 고래

사람처럼, 고래는 포유류입니다. 아이를 배고 낳고 젖을 물려 키운다는 의미입니다. 고래는 여럿이 함께 있는 것이 목격되지만 또한 서로 독립적이라고 합니다. 그들은 수면 위로 올라와 물 위를 가득 채우고 있는 공기를 깊이 들이 마시고 다시 물 밑으로 들어갑니다. 호흡 할 수 있는 시간은 불과 몇 분되지 않지만 그 짧은 호흡으로 수 십 분 이상을 물 속 깊이 다닐 수 있습니다. 고래의 몸은 한 번 들이마신 그 숨으로 오랜 시간을 견딜 수 있도록 되어있다고 합니다. 

다른 육지의 포유류는 고래와 다릅니다. 쉴 새 없이 숨을 헐떡여야 하고 지구의 중력을 딛고 일어나야 합니다. 더 이상 걸을 수 없을 때 그 생명은 끝이 납니다. 이들의 몸은 육지에 맞추어져 있고 끊임없이 숨을 쉬어야만 합니다. 하지만 고래는 같은 포유류라 할지라도 숨쉬는 방법이나 사는 방법이 육지에 사는 이들과는 많이 다릅니다. 

고래와 육지의 포유류가 다른 것은 단지 그것 만이 아닙니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그들의 눈에 비치는 세상의 모습도 다릅니다. 고래는 육지 세상 볼 수 없습니다. 잠시 물 위로 고개를 내밀었을 때 보이는 하늘과 저 멀리 보이는 육지가 그 전부입니다. 그에겐 심해의 심연과 물 속으로 들어 오는 빛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는 눈이 있지만 푸른 숲과 사막과 흙의 정겨움을 느낄 수는 없습니다. 육지를 그리워하고 호기심에 가득차 육지를 오르는 이들도 간혹 있지만 바닷가의 모래 사장을 넘어서지 못한 채 거기서 생을 마감합니다. 

육지를 볼 때마다 고래의 마음 속에는 후회와 동경이라는 감정이 솟아 오르는지도 모릅니다. 오랜 옛날 특이한 고래들이 땅으로 올라갈 때 함께 가지 못한 후회이자 먼저 올라간 이들에 대한 깊은 동경이 남아 있을 겁니다. 아무리 바닷속을 자유롭게 헤엄쳐 다녀도 채울 수 없는 자신의 다른 모습이 저 육지 어딘가에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고래에게 바다의 삶이 후회와 부정 뿐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오해입니다. 말했듯이 고래에겐 육지로 올라간 이들이 볼 수 없고 갈 수도 없는 바다의 깊음과 물 속의 신비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단지 고래는 선택하지 않은 것에대한 후회와 갈 수 없고 가보지 못한 세계에 대한 깊은 동경과 슬픔을 갖고 있을 뿐인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보면 이 상상의 고래는 마치 육지에 사는 어느 생물과도 비슷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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