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이해하지 못하는 위로에 감동받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 마음 씀씀이가 고맙습니다. 나를 이해하지 못하는 비판에 상처받거나 분노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짜증이 납니다. 다른 사람에게 내 영혼을 맡김으로 오는 얕은 감동과 상처는 오히려 나를 더욱 현실에서 멀어지게 합니다. 내 상황을 더욱 악화시킵니다. 여러번 실수를 하고 실패하고 나니 이제야 비로소 깨닫게 됩니다. 타인이 만든 천국과 지옥에 나를 맡기는 거처럼 허무한 것이 없다는 것을.
그러나 모든 관계와 사람에 실망한 듯 하며서도 내게는 아직 미련과 희망이 남아있습니다. 갈수록 내가 원하는 것은 더욱 분명해집니다. 내 속에 있는 어둠과 희미한 빛을 봐 주는 눈, 내 속의 침묵의 소리에 기울이는 귀, 내 갈라진 살갗에 얹어주는 용납의 손이 그것입니다. 그리고 때로는 이런 나의 바램이 또한 바로 사람들이 원하는 것이리라 착각하며, 다른 이를 바라보려 합니다. 나는 당신이 그러한 인간이라는 모호한 기대 속에서 화답받지 못 할 인사를 건내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이것은 모든 것에 기대하지 않는다고 하면서도 실상은 모든 것을 기대하는 그런 이기적인 마음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것은 내 자신을 실수와 실패로부터 지켜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적응하면서도 못내 내 자신을 포기하지 못한 모습이라 생각합니다. 현실을 그저 이상만으로 받아들이기에는 이미 사람과 세상의 세상의 차가움을 조금은 알아버렸습니다. 나는 그 속에서라도 차가운 현실주의자가 되면서도 또한 따스한 공상을 하는 이상주의자로 살고 싶은가 봅니다. 이상을 포기하기에는 나는 아직 살아갈 날들이 많고, 아직은 조금 더 그렇게 꿈을 꾸듯 살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