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뭔데?’
언뜻 바람결에 머리 속으로 생각이 스쳐 지나간다.
'누가 말한 거지?’
알 수 없다.
다만 “사람"이라는 소리에 불현듯 이 땅에 있던 오래 전 조상의 이야기가 떠오른다.
호랑이는 곰을 두고 어둔 동굴을 뛰쳐 나왔다.
'나는 쑥과 마늘이 싫어 튀쳐 나온게 아니다.
자유없이 오래 참아서 인간이 되는 것이 싫었을 뿐이야.’
'그래 사람이 되려면 사람을 먹어야 해.
사람들도 서로를 잡아 먹잖아.
호랑이끼리는 서로 안잡아 먹지.
마늘과 쑥이 아니야.
사람이 되려면 사람을 먹어야 해’
호랑이는 산길을 넘어 갔다.
지나오는 젊은 여인에게 큰 소리를 지른다.
"떡 하나 주면 안잡아 먹지”
호랑이는 여인을 삼키려 입을 벌렸다.
여인이 눈물을 흘리며 소리친다.
"얘들아!"
호랑이는 입에 여인의 피를 흘리며
눈물을 흘리며 중얼거린다.
'나는 단지 사람이 되고 싶을 뿐이야’
그리고 또 다른 사람을 찾아 나선다.
아이들을 쫓아가면서 호랑이는 생각한다.
'이렇게까지 해서 사람이 되야하나?
사람이 되어서 뭘하지?'
호랑이는 여전히 으르렁대며 아이들 뒤를 쫓아 올라갔다.
그리고, 썩은 동아줄이 끊어지자
높은 하늘에서 떨어지며 생각했다.
'차라리 잘 됐어.
사람을 먹어서 사람이 된다면 그건 짐승만도 못한게 되는거지.
그런 짐승만도 못한 인간이 되느니 차라리 호랑이로 죽는게 더 나을거야.’
호랑이는 수수밭에 피를 흘리며 죽어갔다.
여인의 피인지 호랑이의 피인지 알 수 없었다.
호랑이의 눈에는 사람의 끝이 보였다.
그리고 마치 모든 것의 처음과 끝을 본 것 마냥
미소 지으며 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