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 빛 안에서
우리가
빛을 보리이다”
(시편36:9)

[상상] 개구리

이제껏 먹어 본 고기 중에 가장 맛있던 것을 꼽으라면, 단연코 개구리와 메뚜기를 들고 싶다. 개구리 뒷다리와 메뚜기. 아... 어릴 때 너무 많이 잡아 먹었다. 동네 언니 형들이랑 한번 개구리 사냥 나가면 못잡아도 큰 녀석으로 너댓마리씩은 잡아오거나 많게는 열댓마리씩 잡아서 구워먹곤 했다.

잡은 개구리 몸통을 왼발로 누른 채 뒷다리는 가지런히 펴서 오른손으로 세게 움켜 잡고 다리 전체를 위로 꺽으며 뽑으면 개구리 허리 아래로 두 다리만 뽑을 수 있다. 지금 하라면 못하겠는데 그 때는 밭에 심기운 알타리 무를 뽑듯이 잘도 뽑아 댔다. 다만 청개구리는 질겨서 다리가 잘 안뽑히기도 하고 또 독이 있을까봐 잡아 먹지는 않았다. 어쨌든 그렇게 뽑고 남은 개구리 몸통을 다리로 퍽 차면 개구리 몸통은 개울의 흐르는 물로 둥둥 떠내려 가곤 했다. 그 개울 끝에는 큰 저수지가 있었기 때문에 개구리들은 그 저수지에서 행복하게 살 것이라고 생각을 했다. 마을 아이들 모두가 그렇게 생각을 했기 때문에 개구리를 그렇게 잡고 먹는 것에 대해서 잔인하다는 생각을 하진 않았다. 개울가에서 지펴진 나뭇불이나 연탄불에 구워먹는 개구리 다리 맛은 정말 일품이었다. 달리 간식거리가 없었던 동네고 그런 시절이어서 그런지 지천에 깔려 있던 것들이 모두 먹거리가 되던 행복한 시절이었다.

어머니는 내가 개구리를 너무 많이 먹어서 내가 개구리처럼 늘 웃고 입이 커졌다고 말하곤 했다. 나도 내가 개구리를 너무 많이 먹어서 뭔가 탈이 나는 것은 아닌가 생각했지만, 어머니 걱정과 달리 개구리는 내게 잘 해줬다. 들판에서 개구리를 잡으려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다 보니 나도 어느새 한마리 개구리처럼 폴짝대며 다녔고, 그 때부터서인가 내 머릿 속에는 개구리가 몇마리 뛰놀기 시작했다. 머리 속 들판에 사는 이 친구들은 나쁜 생각 잡념이 들어오면 파리를 나꿔채듯 개구리가 다 잡아 먹었다. 아빠가 돌아오지 않게된 어느 때부터인가 그리고 엄마가 집에 뛰엄뛰엄 들어오기 시작해서 혼자있기 시작하게 된 때부 어딜가든 혼자있든 개구리가 내 머리 속에서 함께 다니고 개골개골 소리를 들려주어서 외롭지 않았다.

하지만 도시로 이사오면서 개구리들은 시름시름 앓다가 죽어버렸고 그 때부터 내 머리 속은 잡념으로 가득차기 시작했다. 머리속에서 점점 사라져가는 개구리들은 하나의 사건으로 완전히 사라지게 되었다. 어느 비가 오는 날 처마 밑에 앉아있던 나는 아주 귀여운 청개구리 한마리가 내 앞에서 놀고 있는 것을 보았다.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작은 핀으로 개구리 주위를 찌르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그만 개구리의 등을 찔러버리고 말았다. 핀이 개구리를 관통하며 들어갈 때의 느낌. 그 낯설고 괴이하고 몸서리처지는 느낌. 나는 너무 무섭고 큰 죄를 진 듯 해서 그 자리를 뒤로 하고 도망치듯 방으로 들어갔다. 한참 후 마당에 나가봤지만 개구리는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내 머릿속에서 작게나마 울어대던 개구리도 더 이상 울지 않게 되고 사라져 버렸다. 그나마 시골에 가면 개구리를 잡고 놀곤 했는데 그 이후로는 개구리를 손에 잡기가 두려워져 점점 개구리와 멀어지게 되었다. 개구리와 멀어지면서 들판과 멀어졌고 시골과 멀어졌고 어린 시절과 멀어졌다. 그리고 들판에서 폴짝폴짝 뛰어다니던 그 어린아이도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는 등에 핀이 박힌것 마냥 뭔가에 눌리고 아파하면서 다리가 있어도 갈 곳이 없는 이처럼 살아가는, 도시에 부적응한 어른도 아이도 아닌 한 사람만 남게 되었다. 이제 그는 언젠가 그 옛날 사라진 개구리처럼 사라지게 된다면 그 사라진 어느 곳에서 그 옛날 아이때의 그 개구리들과 함께 다시금 폴짝 폴짝 들판을 뛰어 다닐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이루어지질 않을 꿈을 씁쓸하게 꾸며 혹시라도 어딘가에 있을 물과 푸른 들판이 있는 그곳을 찾아 사람처럼 어기적 어기적 하루를 걸어가고 있다. 

[일상] 이상한 저녁 (개구리II)

[일상] 아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