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과 함께 일한다는게 쉽지 않다.
마음 속으로 계속 생각한다. "저 사람이 원하는 것은 뭐지?", "저 사람의 목적은 뭐지?"... 이게 분명해 질 때까지 계속 바라보고 관찰하고 생각한다. 비유가 우습긴 하지만, 마치 파브르가 곤충을 관찰하듯이 그냥 사람들의 말과 행동에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관찰한다. 그러다 보면 그 사람의 말과 행동에 그 사람만의 특성이 드러나고 그가 원하는 것과 그가 목적하는 바가 드러난다.
그리고 역시 같은 질문을 내 자신에게 던진다. "내가 원하는 것은 뭐지?", "내가 이루려는 목적은 뭐지?". 내가 원하고 목적하는 바가 분명해 질 때까지 계속 생각하고 기도하고 내 자신을 점검한다. 질문과 기도 속에서 내 진심과 의지를 시험한다.
나와 그들이 원하는 것과 목적이 드러나면 또 내 자신에게 질문한다. "내가 설득하거나 움직일 수 있는 부분이 있을까?", "설득이 않되면 적절하게 협상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까?".
생각이 다른 여러 사람 사이에서 내가 일을 배우며 이뤄가는 방법이다. 일을 잘 못하니 이것저것 들쳐보면서 배우고 있다. 중요한 것은 내가 다른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거나, 신뢰를 줄 수 있는 그 무엇이 있어야 한다는 것인데, 이게 참 어렵다. 특별히 실력이 있거나 권위를 내세울 만한 무엇이 없으니 말이다. 결국 사람들과 일을 하다보면 내 자신의 밑바닥이 드러난다. 실력과 진심이, 내가 하고 싶은 것과 내가 할 수 있는 것, 그리고 앞으로 도전해 보고 싶은 것들을 분명하게 볼 수 있다.
하지만 일을 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또 너무 많은 것들을 고려할 수 없다. 생각이 많아지면 주저하게 되고 소극적이되기 십상이다. 내가 할 수 있는 것들로 진심을 가지고 부딪히는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무엇보다도 내 자신의 이익이 아니라 상대방과 모두의 이익을 위한 진심과 의지와, 그것을 이뤄나가려는 성실함이 큰 힘이 될 것이라 믿는다. 진심과 의지, 성실함. 가장 어려운 일이면서도 중요하고 필요한 것이다.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것은 상대방에게서 배우며 함께 하는 겸손과 배려의 마음이 아닐까 생각한다. 아무리 내가 상대방을 고려하고 일을 생각한다고 하더라도 그런 이해에 오해는 필연이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다. 오해의 한계를 뛰어 넘는 것은 결국 겸손한 마음과 상대방을 배려하며 이야기를 진심으로 경청하는 거라는 것도 여러번 경험했다. 겸손과 배려는 언제나 관계를 유지시켜주는 보증수표가 된다.
그리고 나와 상대가 다르다고 해서 적으로 생각하고 도망쳐 버리거나 싸우는 것이 아니라, 협상과 협업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차갑고도 넓은 마음이 반드시 필요하다. 모든 것을 선과 악으로 이분법적으로 가르다 보면 일을 하지 못한다. 선과 악을 완벽하게 구분하는 것은 마지막 심판에서 신만이 할 수 있는 영역인 듯 하다. 적절한 회색지대에서 목적을 이루고 일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아, 나는 그동안 내색하지 않았지 그 얼마나 이분법적인 생각 속에서 사람을 만나고 일을 했었는가. 큰 탈은 없었지만 더 창조적이고 유연하게 일을 처리하지 못했다. 더 능숙하게 일을 하기 위해서는 유연한 사고와 모두를 품을 수 있는 넓은 아량이 필요한 듯 하다.
어쨌든 여러사람과 함께 일을 한다는 것은 내게 익숙한 분야가 아니다. 서점에 가서 일이나 협상에 대한 책이나 몇 권 사다가 더 탐독해 봐야겠다. 인생의 경험이 얇으니 일단 책이라도 읽고 정리해서 상상 경험이라도 축적해야 한다. 갈 수록 필요한 것들은 많아지는데 인격도 실력도 준비된 것이 없으니 참 난감하다. 필요한 것을 생각날 때면 항상 그것들이 내게 없다는 것 또한 깨닫곤 하니 한숨만 나온다. 좀 더 나은 내일이 되도록 내 자신의 인격과 실력을 갈고 닦아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