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슬픔에 참여하는 시간의 길이는 타인의 삶과 겹쳐진 부분이 얼마나 견고하게 연결되었는가에 달려있다. 감정적인 연민은 쉽게 지나가고 잊혀지지만, 내 존재 깊숙히 견고하게 연결된 슬픔은 내 시간의 일부가 되고 기억으로 남는다.

내 기억에 남은 영화 "올드보이"의 주된 테마는 "기억"이다. 타인의 삶의 수치를 어찌 그리도 쉽게 내뱉었는지, 그 쉽게 내뱉은 말이 어떻게 칼이 되어서 그 타인을 죽이게 되었는지, 그리고 그토록 잔인했던 기억들을 어떻게 잊을 수가 있었는지. 극중에서 이우진은 말한다. '그것은 내 일이 아니었기에 잊어버린거다. 아무 일도 아니었기에'.

소음이 많은 곳에서야 비로소 고요함을 느끼고,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야 비로소 편안한 혼자를 즐길 수 있다. 소음이 있기에 잡스러운 생각을 정리할 수 있고 사람들이 많기에 그 속에 숨어 들어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