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어디선가 날아온 커다란 돌멩이가 머리에 구멍이 뚫려 버렸다. 돌멩이는 사라졌는데 뚫린 구멍은 아물줄 모른다. 구멍으로 차갑고 질척한 세상 공기가 들어 오더니 이내 얼음 녹듯이 녹아 버린다. 녹아 버린 공기가 깊게 패인 뇌의 주름 사이로 흘러 들어간다. 오랜 세월에 침식되고 곱게 부서져 쌓인 저 하구의 진흙과 모래 마냥 잘게 갈린 세상이 들어온다. 죽어간 사람들과 순수한 언어들, 저열한 욕망들이 뇌속에 들어 오더니 기어코 내 속에 진흙탕을 늪을 만들어 버렸다. 눈물을 흘리든 침을 뱉든 땀으로 흘리든 어떻게든 내뱉고 싶은 데 안으로만 쌓여가니 무겁고 답답하기만 하다. 움직일 때마다 내 속에서 진흙들이 무겁게 질척인다. 이대로 계속 가다가는 쌓이고 쌓이다가 굳어 버려 얼마안가 사람 모양을 한 화석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