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tagged 우울

타인의 슬픔에 참여하는 시간의 길이는 타인의 삶과 겹쳐진 부분이 얼마나 견고하게 연결되었는가에 달려있다. 감정적인 연민은 쉽게 지나가고 잊혀지지만, 내 존재 깊숙히 견고하게 연결된 슬픔은 내 시간의 일부가 되고 기억으로 남는다.

우울 속으로 빠져든 사람은 과거만을 단순히 반복해서 생각한다. 거기에는 내일이라는 시간이 끼어들 빈틈이 없다. 내일은 우울이라는 철벽에 막혀 있고, 현재는 내일로 나가지 못한 채 내 안으로 깊이 깊이 파고들어가 그 구덩이에 과거만을 가득 채울 뿐이다. 채워진 과거에는 이야기 없다. 질척이는 감정과 어두운 그림들만이 과거의 전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