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행복하냐?"고 묻길래 행복하지 않다고 대답했습니다. 하지만 불행한 것은 아니라는 말도 덧붙였죠. 왜 행복하지 않냐고 묻길래 세상과 사람들을 보니 행복하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기대하고 바랬던 나와 세상과 사람들이 아니기에 행복하지 않다고 대답했죠.
하지만 나는 종종 행복함을 느낍니다. 삶에서 작은 순간 순간들 속에서 깊은 행복감을 맛보곤 합니다. 기도 속에서, 허물없는 잡담 속에서, 잘 조율된 기타를 저녁에 연주할 때, 성경책에 형광펜이 이쁘게 줄그어 질 때, 그럴 때 행복함을 느끼고 마음에 힘이 생깁니다.
그러면 천국에 가면 행복할까? 생각해 봅니다.
행복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성경에 보니 하나님이 눈에서 눈물을 씻어 주신다고 되어 있으니 그것이 위로가 될 것이지만 행복할 것 같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적어도 기독교적 세계관 속에서는 지옥이란 곳이 있고 거기에는 고통스런 형벌을 받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어떤 종파는, 아니 대개의 종파와 대개의 기독교 신자는 예수를 믿지 않으면 무조건 다 지옥에 간다고도 말합니다. 예수믿으면 죄를 짓고 나쁜 짓을 해도 예수를 믿기에 다 용서받았기에 천국에 간다고 믿는 사람이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나는 그것을 믿건 믿지 않건, 지옥에 사람들이 고통을 당한 채 있다면 마음이 힘들고 괴로울 것 같습니다. 마치 이 땅의 많은 사람들이 고통 속에 있는 것이 지금의 내게 불편함과 아픔을 주는 것과 같은 이유에서입니다. 이 세상과 그들을 향해 선한 일을 하는 것은 전혀 없으면서도 감정의 오지랍은 넓어서 마치 세상의 슬픔을 혼자 짊어지고 가는 그런 성자 코스프레를 하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세상과 사람들과 하나님 앞에서 이런 내 모습이 민망하기가 그지없습니다. 그럼에도 역시 그 천국에 가더라도 나는 행복할 것 같지 않습니다.
그래서, 주님의 은혜로 저 천국에 들어가게 된다면 나같은 죄인이지만 하나님께 한 말씀 드려보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나님 우리 모두 다 나쁜 사람들인데 그냥 남에게 고통준 것만큼만 그만큼만 고통당하고 그냥 모든 사람들이 다 천국의 사람들이 되면 안될까요?"라고 말입니다. 하나님은 성경에 보니 그렇게 하겠다하고 실제로는 그렇게 하지 않은 것들이 많으니 죄인의 간언을 듣고 그렇게 해주실 여지가 조금은 있지 않을까 생각해서입니다. 만약 그렇게 해주시지 않으면 내 마음은 천국에서도 너무 불편할 것 같습니다. 천국의 모서리에 쳐박혀 지옥을 바라보며 죄책감에 사로잡혀 살지도 모르겠습니다.
행복을 느끼는 것은 선도 악도 아니지만, 좋은 감정인 것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나의 좋음을 위해 타인에게 불행을 주는 그런 세상이 된다면, 타인의 불행을 모른척하는 그런 세상이라면 이 얼마나 잔인한 세상인가요.
주님의 위로의 손이 모든 이들의 쓰라린 심장을 감싸주시길 기도합니다.
* 혹시라도 나중에 많은 이들에게 읽힐지도 모르니 덧붙여 써 놓아야 겠습니다. 이것이 교리적 고백인지 상상인지 잠깐의 생각인지는 하나님만이 아실 것입니다. 하지만 믿음이 연약한 이들을 위해서 결론을 지어야 겠습니다. "이것은 상상이다".
2014.8.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