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논다. 마당으로 논밭으로 들로 산으로 달리고 뒹굴고 웃고 떠든다.
“우리는”, “우리가”, “우리랑” 말할 때마다 환한 미소로 “우리”를 외친다.
모두가 하나가 되어 뛰논다.
어느덧 해는 저물고 저 멀리 마을에서는 각자의 이름이 불린다.
제 이름을 들은 한 명이 뛰기 시작한다.
“나 집에 간다”.
이어서 다른 두서너 명이 뛴다.
“나도 간다”.
남겨진 아이들도 집으로 돌아간다.
놀이는 끝나고 모두들 저마다 집으로 돌아간다.
놀 때는 꼴찌였던 아이가
주인집 안방으로 들어가 텔레비전을 보며 웃는다.
놀 때는 대장이었던 아이가 주인집 문칸방 사글셋방으로 돌아가
주인집 텔레비전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쟤랑 놀면 안 돼”. 주인집 안방에서 소리가 흘러나온다.
“응. 그냥 놀 때만 노는 거야”. 주인집 아이가 웃으며 얘기한다.
“쟤랑 놀면 안 돼”. 사글세 문칸방 안에서 소리가 맴돈다.
“왜? 오늘 내가 대장 했어”. 사글셋방 아이가 큰소리로 얘기한다.
“담부턴 쟤가 대장 하게 해”. 아이 엄마가 조용히 얘기한다.
“우리”였던 아이들은 저마다의 집으로 들어가면서, “쟤”와 “쟤”로 나뉜다.
젊음의 때에 함께 웃고 떠들고 즐긴다.
친구처럼 형 동생처럼 언니 오빠처럼 “우리”라고 말하며 환하게 웃으며 즐겁게 지냈다. 젊음은 갖지 못한 것을 갖기 위한 준비기간이고, 갇혀 있던 삶에서 더 많은 것을 경험하는 체험의 시간이다. 더해서 나 자신이 한 인간으로서 성숙하기도 하고 사회인으로서 준비되는 시간이기도 하다. 젊음은 미완성의 시간. 그래서인지 더 열정이 넘치고 쉽게 하나가 되고 "우리"가 된다. 하지만 젊음의 때가 끝나면 모두들 집으로 돌아간다.
집으로 돌아가면 모두들 달라진다. 갑자기 달라진 언니가, 갑자기 달라진 오빠가, 갑자기 달라진 형이 이상하겠지만, 놀랄 필요도 서운할 필요도 없다. 각자 자기 집으로 돌아가는 것뿐이다. 놀면서 한 약속과 이야기들은 그저 놀이일 뿐이다. 빨리 잊어야 한다. 놀면서 한 약속을 기억하고 이어가는 아이들은 거의 없다. 그건 그저 철없을 때 이야기라고 창피해하며 잊어버린다.
그러니 각자 자기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들 때문에 서운할 필요도 상처받을 필요도 없다.
모두들 자기 집에서 나왔고 놀이가 끝나면 저마다의 집으로 돌아갈 뿐이다.
함께 웃던 “우리”의 즐거움은 메아리로 남겨진 과거의 추억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