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1800년전 사람들이 생각한 창조의 아름다움 "교부들의 성경주해 구약성경 1"(분도출판사, 2008)
책을 소개한다. "교부들의 성경주해 시리즈"다. 성경을 처음대하는 초보자보다 성경이나 기독교 신학에 기본이 있고 조금 더 관심을 갖고자 하는 사람들이 읽을만한 책이다. 쉬운말로 하면 성경구절 설명서, 성경 주석서다. 하지만 오늘날 나오는 그런 주석서가 아니다. 주후 2-5세기 정도의 교회의 지도자들이었던 교부들의 성경 해설을 담은 주석서다.
이 책에 소개된 창세기 1장 해설 중 한부분을 가져왔다.
"하늘은 별들을 꽃으로 받았으며, 광채를 내는 한 쌍의 눈을 지닌 것처럼 두 개의 큰 빛물체로 꾸며졌습니다." (대 바실리우스)
"빛이 창조될 때 명령은 간단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빛이 생겨라" 말씀하셨습니다. 그렇지만 인간들에 관해서는 상의가 있었습니다. 그분께서는 다른 것들을 창조하실 때처럼 '사람이 생겨라'고 말씀하지 않으셨습니다. 여러분이 얼마나 가치 있는지 깨달으십시오. 여러분은 명령으로 생겨나지 않았습니다. 대신 하나님께서는 영예에 알맞게 창조하기 위하여 가장 좋은 방법을 상의하셨습니다." (니사의 그레고리우스)
교회의 교부(Church Father)들이 성경을 바라보는 시각은 독특했다. 교리가 확연히 정립되지 않은 시대였던지라 오히려 더 풍성하고 깊은 생각들로 신앙의 향연을 만들어 낸다. 읽다보면 성경을 풀어내는 그들의 시적인 감수성과 생각의 자유스러움에 놀라게 된다.
수 년 전만 해도 교회교부들에 대한 관련자료가 많이 없었다. 구글에서 검색해보면 영문 PDF로 된 파일들이 많았지만 한글로 번역된 것이 없었다. 그때는 영어사전으로 단어 하나하나 찾아가며 읽으며 깊은 감동을 받았는데 어느새 한글로 훌륭하게 번역 편집된 책들이 출판되었다. 영문 PDF는 검색이 되어서 좋긴 하지만 짧은 영어실력으로 보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런 점에서 국문으로 번역된 책들은 소중한 보물과도 같다. 전집을 다 사진 못했지만 하루라도 빨리 전집을 다 사고 싶다. 물론 국문번역본은 교부들의 모든 해석을 다 싣지 않고 짧게 편집해 놓은 다이제스트판과 같다. 그렇기에 교부들의 모든 주해를 다 보기 원하는 사람은 실망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까지 전문적으로 교부들을 연구하고자 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이 책은 꽤 괜찮은 책이다.
처음에는 보기에 어색하지만, 읽을 수록 생각도 감성도 풍성해지고 깊어지는 재미가 있다. 과학의 눈으로 세상과 사람을 바라보는 지성이 좋다. 하지만 예술적 감성으로 인간을 보는 진실함도 좋다. 그리고 시적인 신앙의 눈으로 마음 속을 들여다 보는 것 또한 즐겁다. 이 책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해보면 딱히 떠오르는게 없다. 하지만 당장 어디 쓸데가 없으면서도 읽어가면서 문득문득 주옥같은 이야기들을 발견하는 기쁨을 느낄 수 있다. 성경과 신학에 식상해진 사람이라면 한번 읽어 볼 만한 책이라 생각한다.
책값은 25,000원. 시리즈 전체를 사면 돈이 꽤 많이 나갈 것 같다.
마지막으로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오리게네스가 창세기 첫장 한구절에 달아 놓은 글을 소개한다. 내 마음에 자주 떠오르는 말이다.
"하나님께서 궁창에 별들을 배치하셨기에
우리 안에,
곧 우리 마음의 하늘에
어떤 별들이 있는지 살펴봅시다."
(오리게네스)
모두의 마음에 별이 빛나는 밤이 되길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