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라는 주어진 시간이 흘러가는데 당장에 눈으로 보고 손으로 잡을 수 있는 결과를 얻지 못하면 삶의 의미가 흔들린다. 눈에 보이지 않고 저울에 매달 수 없는 가치있는 삶도 있다 생각하며 스스로를 안위할 수도 있지만 그런 일이 반복되고 오래되다 보면 사람이 조금 이상해지기 마련이다.
거울은 앞에 선 사람의 모습을 비춰 줍니다. 나는 거울 앞에서 내 모습을 봅니다. 즐겁기도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먹먹한 일이 되어버렸습니다. 거울은 내 얼굴만이 아니라 내 마음을 비춰 주나 봅니다. 나는 거울을 통해 다른 사람의 모습도 봅니다. 거울은 다른 사람의 모습을 안전하게 훔쳐 볼 수 있게 해줍니다.
내가 속했던 곳을 떠나서 내가 모르던 세상 속으로 들어가 거닌 다는 것이 얼마나 흥분되고 즐거운 일일지 솔직히 자세히 상상은 가지 않습니다만, 분명히 멋진 경험일겁니다. 나는 여행에서 돌아온 사람들의 눈과 얼굴을 사랑합니다. 그들은 거쳐왔던 그곳을 떠올리며 마치 그곳에 있는 것마냥 숨을 쉬고 눈은 이미 그곳을 바라보며 그곳과 그곳에 있던 감각을 세밀하게 그려냅니다.
이 후의 아담은 신의 신비로움을 갖고 있으면서도 자신의 근본된 흙을 갈고 그 속에서 살다가 다시 그 흙으로 돌아가는 숙명을 지닌 존재의 대명사가 된다. 히브리 성경 창세기의 이런 이야기는 사람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말하고 있다. 고난이 있고 슬픔이 있고 결국 한 줌 흙으로 돌아가는 사람의 삶이지만, 세상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어떤 신비로움을 가진 존재가 바로 사람이다라는 의미는 아닌가 생각된다.